소싯적부터 북유럽 신화 관련 게임이라면 어떻게든 구해서 해 보던 버릇을 못 버린 40대 중반, 그간 유튜버들이 "이 용량에 이게 가능해?"라고 엄청난 칭찬을 하던 그 게임이 스팀에서 1.4만 원대로 할인을 하길래 드디어 구매해서 주말 동안 즐겨 보기 시작했습니다.
원작의 느낌에서는 북유럽 바이킹들이 쓰던 폰트인 룬문자 폰트가 나오지만, 한글화를 하면 이게 엉망이 돼서 신화를 알아 가는 재미가 조금 떨어지는 점은 있습니다만, 게임을 처음 해 보는 "발린이" ( 발헤임을 처음 하는 사용자들 ) 입장에서는 게임 시스템 이해도를 먼저 이해하는 게 우선으로 한글로 진행해 봤습니다.
고인물이 된 캐릭터들은 등에 무슨 망토도 있고, 복장도 바이킹처럼 입고 다니는 수준에 다라 있지만, 발린이 인 저는 이제야 청동 문명의 향기를 접하고, 아직 몸뚱이엔 방어보단 스니킹에 적합한 트롤 가죽 갑옷 Lv.2 나 입고 있습니다만, 이 게임은 치팅을 하지 않고 하다 보면 죽어 나자빠 지는 자신과, 그 시체 찾으러 다니느라 아주 정신줄을 놓고 돌아다녀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정말 초고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이 아닌가 합니다.
쉽게 하려면 iamacheater ( = I am a cheater )를 활성해서 게임을 쉽게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뭐든지 쉽게 얻게 되면 쉽게 게임을 포기하게 되는 법입니다. 그래서 치팅을 안 하고 게임을 진행하는 중이나 정말 그 난이도는 레벨 개념이 아니라 숙련도로 진행되는 특이한 시스템 덕에 상상을 초월합니다.
게임 자체는 최적화가 발군이라 하여 최저 사양에서도 동작한다고 하는데, 이 최저 사양이 어디까지 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i7-3770 기준으로 CPU는 전혀 부담이 없으나, GTX 970으로는 FHD 60Hz를 넘어가도록 설정하면 GPU 사용률이 꽤 크게 잡힙니다. 그래서 적당히 수직 동기화에 있으면 더 불편한 모션 블러 정도를 꺼주고 구동하면 조금 GPU에 여유를 두고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쓸데 없이 이 게임 그래픽을 좀 더 부드럽게 보고자 이미 75도를 찍고 있는 GPU 에 에너지를 더 쏟아부을 필요는 없다 보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가끔 이렇게 팬아트로 예상되는 이미지들이 뜨는데, 정말 게임 오래 하면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 처음 시작한 이후 평지에 집 짓는데 갑자기 트롤이 나타나서 다 때려 부수고 있는 거 보면 무척 공포스럽기도 했는 걸 감안하면..
마인크래프트도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짐 정리하고 뭔가 공장도 돌리고 뭔가 만들고 하려면 집이 필요하듯, 이 게임도 집이 무척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집이 없으면 비 오거나 할 때 젖은 상태로 스태미나 광탈하며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밤이나 날씨가 안 좋을 때엔 집에 머물면서 뭔가 만들거나 자가정비를 한다거나 등등해야 합니다.
처음 지은 집은 집을 지을 때 버려져 있던 곳을 개간해서 만들었다 보니 바닥에 풀이 자라고 있어서 포기하고 그냥 살고 있긴 합니다만, 나중에 집을 지을 때엔 평탄화를 하고 바닥에서 약간 집을 공중 위에 짓는다는 느낌으로 짓는 게 문 열어 놓고 있으면 불청객이 들어와서 다 때려 부수고 있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게임은 북유럽 시절이 그렇듯 커다란 디스크 형태의 세계관을 가지고, 그 원형 세계를 벗어나면 다 낭떠러지로 저세상 가는 특이한 구조를 가졌지만 그 세상 끝까지 가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맵 넓이 끝을 다다라야 합니다. 사실 위 정도의 지도만 밝히는데도 게임상으로 30일 정도가 걸린 상태였고, 너무 많이 죽어서 매번 어디서 마지막에 죽었는지 표시해서 지우고 다시 시체 찾으러 가서 지우고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집을 꾸며야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음은 물론, 편안함이라는 효과를 얻어서 여러 노가다에 대한 보상을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음은 꼭 필수입니다. 정말 해야 할게 많은 게임으로... 마인크래프트에서 야생을 즐기는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이들이나 조카들과 같이 하면 지구성 하나는 진하게 길러 줄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절로 드는 게임입니다. ( 잔인한 표현도 없기에 괜찮은 부분 같습니다 )
또한 쪼렙엔 자원이 없기 때문에 섬 간 여행을 통나무배를 만들어 이동해야 하는데, 스태미나가 무한이 아니기 때문에 수영해서 가면 안 되나 하지만 느려도 배 타고 다녀야 하는 점은 쓸데없이 너무 현실 고증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낮에 배 타고 다니며 풍경을 보는 즐거움도 있긴 합니다만, 해변가를 돌아다니면 여러 몹들이 와서 공격을 해 대기 때문에 이것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서 다음 레벨 배를 타야 하겠단 결심만 들뿐..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다 쳐도 지도 중심 ( 캐릭터가 소환되는 위치 )로부터 세상 끝에 해당하는 영역을 보면 지도 크기가 그냥 큰 게 농담이 아니다 싶은걸 바로 알 수 있으며, 이 게임에 공간 이동을 하는 게이트가 따로 있는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만, 왜 모든 자원을 공간이동으로 할 수 없도록 막아 둔 건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외진 곳에 새로운 정착지를 만들기 위해 나무 노가다를 해야 하는 것은 부족한 인벤토리에 압박으로 정말 긴 시간 노가다를 해야 함은 물론, 짊어지고 다닐 수 있는 용량을 늘려 주는 무슨 벨트를 판다는 상인을 아직도 못 만난 입장에서 정말 인벤토리 제한이 좀 커졌으면 하는 바람은 간절합니다. 아마 이 게임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인벤토리 압박일 겁니다.
외진데 집을 지을 때마다, 빈 곳에 또 몹들이 공격을 할걸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튼튼하게 지어야 하는 것은 물론, 제작대 레벨이란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제작대 주변으로 여러 레벨에 필요한 부가적 요소들을 많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마냥 집을 작게 만들어서 해결이 안 되는 부분도 큰 압박감이 따르는 요소입니다. 정말 집 짓는데 들어가는 나무며 여러 노가다는 이 게임 시간을 늘려 주는 큰 부분이자, 괴로운 노가다 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 앞에 구하기 힘든 고급 나무의 원료인 자작나무도 길러야 하고, 이 자작나무에서 씨앗이 매번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걸 구하려면 또 벌목을 하러 산에 올라야 하고, 가다 보면 트롤 또 만날 테고, 트롤 잘 이용해서 벌목기로 써도 씨앗이 매번 나올 것도 아니니 계속 거주지를 넓혀야 하고, 여왕벌도 잡아서 계속 벌통 만들어야 주기적인 벌꿀을 얻고, 이걸로 육포도 만들고 뭐도 만들고... 농사지어서 멧돼지 길들여야 지속적으로 고기도 나오고... 등등...
그렇다고 마인크래프트처럼 뭔가 자동화 회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100% 수동으로 노가다 해야 함은 물론, 뭔가 화로를 만들 때 덜어가는 특수한 핵이 초반엔 잘 없기 때문에 마냥 막 만들 수도 없고 아주 정말 시간을 날려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게임을 해야 합니다.
게임상 날짜를 벌써 69일인가 를 넘기고 있는데 두 번째 보스인 엘더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고, 있는 곳 까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인걸 보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지만 과연 게임상 "오딘이 준 임무"를 며칠 만에 깰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청동 만들려면 주석 구해야 하고, 구리는 2배로 구해야 하고, 이걸 또 제련하려면 하루 종일 집 앞에서 녹이고 태우고 붓고 정리하고... 정말 자비가 없는 노가다를 게임에서도 해야 하는건가? 라는 회유감을 느끼게 하긴 합니다만, 그만큼 뭔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시점이 올때 느끼는 희열은 또 다른 이 게임의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궁극의 게임상에서 노가다를 기쁨으로 만끽하고 싶은사람이 있다면? 이 게임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진짜 이걸 게임에서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들 정도 인데, 문제는 재미가 있다는 점 입니다. 몸 잡을때 페링의 쾌감을 원하는 분들도 많이 찾는 맛집이라고 하고, 페링보다는 화살만 줄구장착 날리는 입장에서는 좀 노가다성 부분도 있긴 합니다만 .. 정말 기본으로 뼈속부터 노가다를 깔고 가는 진정 시간 삭제 마법 게임이 아닌가...라는 게 저의 평입니다.
건축을 잘하고 뭐고 간에 살아 남아 게임을 끝낼 수 있을지가 가장 의문이긴 합니다만..
현재는 "숲이 움직입니다"라는 메시지 받을 때가 가장 무서운 때입니다.
트롤이라도 같이 오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