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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 및 분석/하드웨어

미친가성비의 자바펜 매트릭스 만년필

다시 찾아온 만년필의 감성

 떄는 바야흐로 2018년이 지나 이제 2019년이 다가 온 때, 저는 더 늙기 전에 인간이 가진 창작능력 중 하나인 글쓰기에 좀 더 시간을 투자 해야 한다고 판단 하게 됩니다. 과거 대학교 시절 만화동아리에서 G펜촉과 제도용 잉크를 써 가며 그림을 그리던 추억을 되짚으며 마련한 거금 13000원대의 매트릭스 란 자바펜사의 만년필 입니다.

 대표적인 특징은 가격이 2만원을 넘지 않는데 펌프식 컨버터와 국제 표준 카드리지식 잉크를 모두 지원 하는것도 모자라, 펜촉이 몽블라사에서도 쓰는 독일 슈미트사의 그것이라는 점 입니다 ( 심지어 펌프식 컨버터도 슈미트사 제품 ! )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EF닙 ( F닙 보다 얇게 써 집니다 ) 으로 바뀌어 사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다이소에 저렴히 만년필의 끔찍한 품질 떄문에 제대로 된 만년필에 대한 갈망이 컸던 이유도 있었겠습니다만 ...


정녕 이 제품이 만원대 인가?

 

사실 더 비싼 라미 제품을 써 보기도 했지만, 케이스도 안주고 플라스틱으로 도배 된 데다, 닙도 형편 없던 품질에 비해 이 자바펜 매트릭스는 케이스 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정녕 이게 만원대 제품인가? 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 합니다. 게다가 케이스를 열면 다시 한번 놀날수 밖에 없는데 ..


 많이 비싸던 제품을 사서도, 너무 싼 제품을 사서도 실망을 양쪽으로 했던 입장에서 이번 자바펜의 놀라운 구성은 정말 감탄을 불러오기에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금속으로 된 펜대와, 리필 잉크가 2개나 들어 있는 이 놀라운 구성. 이걸 누가 13000원 정도에 살 수 있는 ( 게다가 배송비 포함 이었습니다 ) 만년필이라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단순 볼펜류만 사더라도 이런 화려한 케이스는 물론이거니와, 금속 펜대를 쓰는 제조사가 몇이나 있으련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비행기에서 파는 선물용 고급 볼펜류 아니고서야 가능한 구성인지 궁금 하면서 감탄이 계속 터져 나왔습니다. 보물을 엄청 저렴하게 산 느낌 이었습니다.


펜은 어떤가?

펜 자체는 별 다른게 없습니다. 천원 더 투자해서 사면 금도금이 된 제품을 살 수 있는데, 도금이라 하는건 결국 닳아 벗겨지기 마련 - 그래서 아싸리 스테인리스스틸로 된 은색을 구매 한 것인데, 나름 슬림한 모습은 개인적 취향에 딱 맞았습니다. 고급 제품들이 어느정도 곡선과 두께를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펜으로 계속 글을 쓰는 제품은 어느정도 얇은 굵기를 가지고 무게도 가벼운 편이어야 손에 가해지는 피로도가 낮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자바펜의 매트릭스 만년필은 매우 매력적인 제품이 아닐수가 없다 판단 되었습니다. 일부 만년필 외형이 아쉽다고 하는 분들의 글을 본 적은 있는데, 저로서는 "나는 그냥 만년필" 이라 어필하는 저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글씨를 쓸 때 펜의 모습을 보고 쓰는건 아니니까요.


 만년필 닙은 위에서 미리 설명 한 대로 독일 슈미트사의 제품이라는 명성을 듣고 구매한 것으로, 이 가격대의 닙에서 저런 인그레이빙 문양을 볼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게다가 그립부는 마찰력 등을 고려해 유일하게 금속이 아닌데, 이 부분은 오히려 저에게 금속펜을 잡았을떄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겐 정말 좋은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닙의 뒷면도 여타 저가제품에서 보기 힘든 구조 이었습니다. 잉크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있는 주름이 펜의 중간부 까지 내려와 있는 것은 물론, 저가제품이 가지는 결합부의 험한 모습 같은건 당연 볼 수 없습니다.


 몸통을 분리 하면 나오는 펌프식 컨버터는 정말 충격 이었습니다. 이 펌프식 컨버터 역시 독일 슈미트사의 제품이라고 하는데, 대체 이런 부품들을 쓰면서 어떻게 이런 가격에 팔 수 있는걸까? 아니면 라미 같은 회사들이 만원도 안하는 건데 우리나라에서 터무니 없는 가격에 팔고들 있는걸까? 라는 등의 혼란스러운 생각이 가득 해 집니다.


 게다가 기본으로 2개씩이나 주는 교체형 카드리지는 국제 표준이라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른 제품을 쓸 수도 있다고 합니다만, 글을 써 본 테스트 후기로는 무척 나쁘지 않은 잉크 재질 이었습니다. 마르는 속도나, 잉크가 가진 검은 농도 등이 좋았습니다.


 다만 조금 걱정이 드는 점은 만년필 특성상 자주 몸통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 손잡이 부분과 몸통 사이의 연결 스크류 구조가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이 그대로 사용된 부분은 '만년필'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만년동안 쓸 수 있는 수명은 기대하기 힘들지 모르겠다 싶습니다만, 자바펜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제품이나 교체 부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필기

 가장 중요한 필기를 해 보았습니다, 마침 20g 용지가 없어 그냥 복사지 위에 글을 써 보았는데, 첫 인상 부터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적절히 마르는 잉크는 물론이요, 부드럽게 써져 내려가 오히려 적응이 안되는 슈미트사의 닙은 정말 감탄을 자아 냈습니다. 13000 원 짜리가 이런데 진짜 몽블랑사의 펜들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도 안가는 순간 이었습니다만, 13000 원이란 가격에 누릴수 있는 만년필의 호사는 저에게 엄청나게 차고 넘치는 부분 이었습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리필잉크도 필기를 하기엔 적당히 좋았습니다. 다만 제도용 처럼 완전히 검고 단단히 굳는 재질은 아니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려워 보였습니다만, 제가 다시 그림을 그린다면 나무 펜대에 G펜촉 을 다시 사용하는게 더 경제적 일 테니 글을 쓰는건 다른 각도로 보는게 좋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저가형 잉크들이 가지는 번짐이 적고, 빨리 마르다 보니 종이 뒷면에 보이는 비침도 일반 볼펜과 비슷한 수준으로, 실제 다른 노트에 글을 쓰더라도 뒷면에 배어나온 잉크 떄문에 종이를 낭비할 일도 줄어 들 듯 합니다.


결론

 엄청나게 자자한 소문과 명성에 맞게 이 가격엔 다시 볼 수 없는 만년필, 게다가 Made In Korea, 또 중요 부품은 독일 슈미트사의 것. 만년필을 저처럼 깊게 모르지만, 싸구려로 실망 했거나, 싸구려를 쓰기 싫은 분들은 이 제품을 사용해 봐여 한다고 봅니다.

 다만 굵은 F닙을 원한다거나, 굵은 그립감을 원하시는 분들은 거리가 먼 제품이니 피하셔야 겠지만 일반 펜들 처럼 적당히 얇고,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분들에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음은 ...